‘샤오미’ 스마트폰을 한-한 정상에 선물한 시진핑 … 담긴 메시지는
04/11/2025 09:12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대표하는 스마트폰 브랜드 기업이 있는 국가의 정상에게 자국산 스마트폰을 선물하며 던진 메시지가 주목된다.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은 지난 11월 1일 이재명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자국의 스마트폰 브랜드인 Xiaomi 15 Ultra 2대를 선물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Samsung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오랜 자존심을 지켜온 가운데, 자국 기술에 대한 확신을 드러낸 이 행보는 외교적 상징성을 띠고 있다.

선물 수여 직후 이재명 대통령은 농담조로 “이 폰에 정보보안 기능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물었고, 이에 시 주석은 웃으며 “그럼 제가 직접 스파이웨어가 있나 검사해보시라”고 답해 장내에 웃음이 퍼졌다. 관례상 정상급 인사들이 공개석상에서 ‘감시’나 ‘스파이웨어’ 등의 언급을 피하는 가운데 이번 대화는 이례적이다.
한국과 중국 양국 정상은 이날 행사에서 자연스러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암묵적 동의’에 가까운 메시지를 전달했다. 역사학자 존 델러리(서울 거주)은 “정상들이 공개적으로 ‘나는 당신을, 당신은 나를 감시한다’고 인정하지 않지만, 이번 농담은 두 정상 모두가 스파이웨어 존재를 알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라며 “그들이 이를 일상화하듯 가볍게 언급한 점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한편, 호주 Charles Sturt University 정보·보안연구 교수 패트릭 F. 월시는 스마트폰이 외교 선물로 흔히 쓰이지 않는 점에 주목하며 “보안 우려가 큰 기기인 만큼 이번 선물은 단순한 친선 표시를 넘어 외교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행보는 중국 기술 생태계에 대한 시 주석의 자신감을 보여준다. 삼성이라는 글로벌 브랜드의 본거지인 한국에서 자국산 스마트폰을 공식 선물로 내민 것은 중국 기술의 자립과 글로벌 경쟁력을 은연중에 과시한 것이다. 나아가 이 모델 Xiaomi 15 Ultra에는 한국산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져 양국 간 협력 가능성 또한 시사됐다.
샤오미는 2010년 설립 이후 저가형 스마트폰으로 주목받았으나 현재는 인공지능(AI), 스마트홈, 전기차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글로벌 경쟁에 뛰어든 기업이다. 시 주석이 이 브랜드를 외교 선물로 선택한 것은 브랜드 품질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는 동시에 중국 전자기기 산업이 이뤄낸 진보를 드러내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스마트폰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시 주석이 전달한 메시지는 명백하다. ‘중국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으며, 외교적 가치도 지닌다’는 것이다.
시 주석의 선물은 단순한 친선 표시를 넘어 양국 정상 간에 오가는 협력과 경쟁의 미묘한 지형을 상징했다. 한국과 중국이 협력 확대를 논의하는 가운데, 이 스마트폰은 경쟁의 경계가 협력의 공간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현재 미국과 중국 간 전략 경쟁 구도에서 샤오미는 중요한 축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제1기 임기 중 이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며, 미국 기업들에 대해 이 제조사와의 거래가 향후 국방 계약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샤오미는 이후 해당 조치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미국 정부로부터 블랙리스트 해제 판결을 이끌어냈고, 군과의 연결 고리가 없음을 주장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수년간 중국 기술이 정부의 정보 수집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으며, 호주와 영국 등은 중국 통신기업 Huawei의 5G 통신망 참여를 금지한 상태다.
시 주석이 “보안 기능이 있느냐”고 농담하며 이재명 대통령을 초대한 순간은 스마트폰 선물 교환식에서 나온 또 다른 의미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웃으며 질문을 던진 뒤, 현안으로 떠오른 중국산 기술 제품 보안에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언급했다는 평가다. 델러리 교수는 “그럼에도 농담 형태로 하며 결국 ‘이 전화 감사하다, 한국-중국 기업이 함께 만든 제품이라 좋다’는 뉘앙스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해당 스마트폰을 실제로 사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월시 교수는 “이 모델로 일본 총리나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는 장면을 상상하기는 어렵다”며 “아마 손녀나 누군가에게 넘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 유 황 (AP·조선·로이터 종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