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맛 매운 라면, 한국 식품 수출 사상 최고치 견인

예술 활동

21/01/2026 10:08

치즈맛 매운 라면을 한 번쯤 먹어보고 싶은가. 수출 실적을 보면, 전 세계 소비자들이 이른바 ‘K-푸드(K-Food)’로 불리는 한국 식품에 열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식품과 농업 관련 산업을 포괄하는 ‘K-Food+’ 수출액은 2025년 기준 136억2천만 달러로 집계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5.1% 증가한 수치로, 10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간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낸 품목은 단연 라면이다. 라면 수출액은 전년보다 약 22% 급증한 15억2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단일 식품 품목으로는 처음으로 해외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치즈맛 매운 라면 등 신제품들은 중국과 미국은 물론, 중앙아시아와 중동 등 신흥 시장에서도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5년 연말 보고서에서 “전반적으로 한국 라면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기업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능력을 늘리고 공급망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면뿐만 아니라 다른 식품군의 수출도 고르게 성장했다. 매운맛과 단맛을 선호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힘입어 한국식 소스류 수출이 늘었고, 아이스크림과 과일류 수출 역시 증가세를 보였다.

K-팝 열풍을 타고

그렇다면 비교적 대중적인 식품인 한국 라면이 이처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문화적 요인이 핵심이라고 분석한다.

K-팝과 한국 드라마의 세계적인 확산은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렸다. 드라마, 예능, 광고 속에서 라면을 먹는 장면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됐다.

CGS 인터내셔널의 애널리스트 오지우 씨는 “해외 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K-팝 산업과 마찬가지로, 한국 식품 기업들, 특히 라면 제조사들도 글로벌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심의 조용철 대표이사는 2026년 초 임직원들에게 “유연성과 글로벌 성장이 올해 경영의 핵심 원칙”이라며 해외 시장 확대를 강조했다. 오뚜기의 황성만 대표 역시 2025년 3월 주주총회에서 “글로벌 시장 개척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2030년까지 해외 매출 1조1천억 원(약 7억4천6백만 달러)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오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로 국내 시장의 포화를 꼽았다. 신라면 브랜드를 보유한 농심은 현재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주력 제품 대부분이 1970~1980년대에 출시돼 수십 년간 큰 변화 없이 판매돼 왔고, 마케팅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여기에 더해 한국의 인구 감소 역시 장기적인 내수 성장 전망을 제한하면서, 기업들이 해외에서 기회를 찾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라면 업체들은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농심은 2025년 말 SM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에스파(aespa)를 글로벌 홍보대사로 선정했으며, 넷플릭스와 협업해 ‘K-팝 데몬 헌터스’를 콘셉트로 한 라면 제품을 선보였다. 오뚜기는 BTS 멤버 진을 ‘진라면’의 모델로 기용했다.

인플레이션과 가격 결정력

각국의 생활비 상승 역시 라면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맥쿼리(Macquarie)는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미국 내 즉석라면 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며, 소비자들이 저렴하고 간편한 식사를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외식 비용이 매우 높다”며 “소비자들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맛있고 저렴한 라면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외식’ 물가 상승률은 2021년 5.3%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23년 3월에는 8.8%까지 치솟았다. 이후 다소 안정됐지만, 최근에도 약 4.1%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맥쿼리는 또 한국 내에서는 정부의 가격 인상 억제로 인해 라면 업체들이 원가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해외 시장에서는 평균 판매 가격이 더 높게 형성된다. 오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중국과 기타 아시아 시장에서는 국내보다 30~50% 높은 가격에 판매되며, 미국에서는 평균 가격이 거의 두 배에 달한다.

맥쿼리는 일본과 한국의 주요 식품 브랜드들이 ‘제품 혁신’과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통해 소비 트렌드 변화의 수혜를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삼양식품은 최대 수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맥쿼리는 삼양식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현재 11.4%에서 2028년 23.9%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강력한 제품 혁신 역량을 갖춘 프리미엄 즉석라면이 미국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제품은 2014년 물 없이 매운 라면을 먹는 ‘불닭 챌린지’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다만 2024년 덴마크에서는 캡사이신 함량이 높다는 이유로 일부 제품이 건강상 위험을 이유로 일시 회수되기도 했으나, 이후 조치는 해제됐다.

출처: C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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