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광객에게 한국이 ‘새로운 가성비 여행지’로 떠오른 이유
18/12/2025 09:47
중국과 일본 간 외교적 긴장이 동아시아 관광 지형을 바꾸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원화 약세를 배경으로 한국이 일본을 대체하는 매력적인 해외 여행지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주요 여행 플랫폼들의 집계에 따르면, 한국은 11월 중순 기준 항공권 예약 건수에서 일본을 제치고 해외 여행지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일본 여행에 대한 주의보를 발령한 직후 나타난 변화다.
중·일 외교 갈등은 11월 초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일본의 사나에 다카이치 총리는 대만해협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일본이 개입할 가능성을 언급했고, 이후 중국 정부는 자국민들에게 일본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그 결과,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일본 여행 취소가 대거 발생했다.
정치적 변수로 인한 반사이익 외에도, 한국은 원화 가치 하락이라는 경제적 요인 덕분에 중국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목적지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6개월간 원화는 아시아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약세를 보였다. 미·한 간 금리 격차 확대와 주식시장에서의 자본 유출이 주요 원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6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7월 초부터 12월 중순까지 위안화는 원화 대비 9% 이상 상승하며, 중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한국 여행 비용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반면 태국 바트, 인도네시아 루피아, 말레이시아 링깃 등 동남아 주요 통화는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차이나 트레이딩 데스크(China Trading Desk)의 수브라마니아 바트 CEO는 “원화 약세는 한국을 보다 가성비 높은 여행지로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격 경쟁력은 코로나19 이후 지출을 줄이고 있는 중국 소비자들에게 특히 중요한 요소다. 원화 약세는 일종의 ‘할인 효과’로 작용해 쇼핑, 미용, 의료 관광 등 한국의 강점 분야에 대한 매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여기에 비자 면제와 한류 콘텐츠의 영향도 더해지고 있다.
프랑스계 투자은행 나틱시스(Natixis)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 게리 응은 “중국 소비자들은 현재 가격 변화에 매우 민감하며, 이는 국내 물가 상승률이 글로벌 평균보다 낮은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 흐름이 단기간에 반전되기 어려우며, 2026년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의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루이즈 루는 “중국과의 경쟁 심화, 역내 공급 과잉 등으로 한국의 수출 환경이 악화되면서 대외 수지 압박이 커지고 있고, 이는 원화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 요인과 함께 한·중 관계 개선도 관광 수요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양국 간 비자 면제 조치와 외교 관계 회복은 인적 교류 확대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1년 만에 한국을 방문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지만수 선임연구위원은 “양국 모두 관광 교류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대외적으로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5년 1~10월 중국인 방한객 수는 470만 명으로, 이미 전년도 전체 방문객 수를 넘어섰다.
안민(자료: SCM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