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학생 정신건강 ‘적색경보’ 발령」
27/10/2025 09:05
(교육뉴스) – 대한민국에서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아동·청소년 우울증 증가세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220만여 명의 아동·청소년이 정신과 약물 처방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학교 내 정신건강 문제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자료로, 사회 전반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아동의 ‘정서면역’ 저하 심각
최근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내 초등학생의 우울·불안 증상 비율이 수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조사는 서울특별시교육청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113개 초등학교 학생 3,75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포커스 그룹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된 이 연구에서 학생들은 정서·정신건강과 관련된 주제를 정해 토론하였다. 이를 통해 서울시교육청은 전문 정신건강 전문가들과 함께 초등학교 연령대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위험 징후를 분석했다.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생 중 우울증상 지수는 2021년 평균 0.51점에서 2022년 0.66점, 2023년 0.73점으로 연속 상승했다. 불안증상 지수 또한 같은 기간 0.44점 → 0.54점 → 0.58점으로 증가했다.
또한 정서민감성은 2021년 0.41점에서 2023년 0.49점으로, 비관성향은 0.17점에서 0.26점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초등학생 정신건강 저하의 원인으로 학습 부담, 또래 관계 스트레스, 스마트폰 과사용, SNS 노출 증가, 수면 부족 등을 꼽았다.
보고서는 특히, 학생들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SNS 플랫폼에서 타인의 ‘빛나는’ 삶을 접하면서 자신의 삶과 비교해 열등감이나 자존감 저하를 느끼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원인으로 과보호적 양육 태도가 지목됐다. 많은 부모가 자녀의 정서적 문제에 대해 작은 문제라도 즉각 개입하고 보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로 인해 초등학생이 정서적 난관에 대응하는 경험이 축적되지 못해 ‘정서면역’이 약화된다는 분석이다.
다른 통계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정신과 입원 치료 건수도 최근 4년간 두 배로 증가했으며, 주요 원인은 우울증이다.
더불어, 입원환자 중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및 정서장애(우울·불안 등)의 증가폭이 각기 +151%와 +87%로 급등했다.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220만 건이 넘는 아동·청소년이 정신과 약물 처방을 받았고, 특히 초등학생(7~12세) 대상 항우울제 처방 건수는 2021년 1만8,800건에서 2024년 3만8,400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영유아(0~6세) 대상 항정신병제 및 항우울제 처방률도 상승 추세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위원인 서영석 의원은 “학교·지역사회 내 상담이나 심리치료보다 먼저 약물에 의존하게 되는 구조를 계속 유지할 수 없다”며 “보건복지부는 아동 정신건강 관리체계를 전면 평가하고 학교와 지역사회의 연계를 강화하는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각성을 더하는 요인들

초등학생뿐 아니라 중·고등학생에서도 우울증이 심화되고 있다. 부산에서 고등학생 3명이 동반 자살한 비극적 사건은 학습 압박이 청소년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청소년 자살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지나친 학습 부담과 감정 표현을 장려하지 않는 문화가 청소년 우울증 확산의 주요 배경이라고 지적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청소년(10대)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7.9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타 연령대 자살률은 감소 추세를 보인 반면, 청소년만 유독 증가했다.
사회조사 결과, 13~19세의 4.5%가 최근 자살 의향을 경험했으며, 이 중 32.9%가 학업부진·입시압박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어 신체·정신질환 (23.4%), 또래 괴롭힘·갈등 (12.6%), 외로움 (12.1%)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비극은 최근 몇 년간 반복되어 왔다. 2022년 인천에서 11학년 학생 두 명이 학습 부담을 호소하며 자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문가와 교육계는 한국 교육 시스템의 구조적 변화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한다. 고등학교 진로 중심 교육, 학생부 기반 대학입시 제도 등이 학생들에게 조기부터 진로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원주현은 “진로 중심 교육이 장점도 있지만, 아직 명확한 방향을 찾지 못한 학생들은 오히려 소외될 수 있다”며 “성적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학년 때의 작은 실수가 회복 불가능하다는 부담감을 학생들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 청소년은 자살 징후를 외부에 잘 보이지 않는 문화적 특성이 있어, 부모·교사 등이 사전에 인지하고 개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의료진 이연정 교수(순천향대병원)는 “서구에서는 문제 청소년이 약물 남용이나 반사회적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자살 의도를 가진 청소년이 매우 조용하고 평상시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대통령 이재명 또한 청소년 자살 예방에 각별한 관심을 표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청소년 정신건강이 국가적 우선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만 그들은 단지 반응적 대책이 아닌 실질적인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학생 자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시험 위주의 교육체제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경고다. 우리는 성과 위주 교육모델을 버리고 학습의 즐거움과 개인 발달을 키우는 교육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성명에서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