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가을’을 수십억 달러 관광 브랜드로 포장하는 법

한국 이야기

13/11/2025 11:02

자연의 사계절을 문화 경험으로 승화시켜 브랜드화한 일본과 한국은, 정교한 국가 전략을 통해 매년 수십억 달러 규모의 관광 수입을 올리고 있다. 기상 예보부터 축제 개최, 디지털 홍보까지 유기적으로 연계된 시스템이 그 비결이다.

2024년 일본은 해외 관광객으로부터 사상 최대 수입인 533억 달러를 기록했다. 일본관광청(JNTO)에 따르면, 그중 단풍철(모미지가리)은 약 130~150억 달러를 차지했다. 한국 역시 외국인 관광객으로부터 약 167억 달러를 벌어들였으며, 단풍 시즌(단풍 관광)은 14~16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Du khách check in bên cây lá vàng ở cung điện  Gyeongbokgung, Seoul. Ảnh: jungkong

이 같은 ‘계절 관광’의 매력은 베트남 시장에서도 두드러진다. 베트남투어 관계자 팜아인브 씨는 “올해 가을 단풍 관광 예약률이 전년 대비 10~15% 증가했다”고 밝혔다. 남탄트래블의 경우 증가율은 25%에 달했다.

팜 씨에 따르면 단체 관광객은 주로 7월부터 예약을 시작하고, 개인 여행객은 8월부터 본격적으로 예약한다. 9월은 항공권 부족이나 비자 지연 우려로 예약이 집중되는 시기다.

호찌민시에 거주하는 타오니 씨는 11월 말 일본 단풍 여행을 위해 반년 전부터 계획을 세웠다. 그녀는 도쿄–오사카–교토를 잇는 자유여행 일정을 직접 짜고, 비자 신청부터 항공권과 숙소 예약까지 모두 스스로 준비했다. 숙소는 3개월 전, 항공권은 단풍 예보가 발표된 후 예약했으며, 총 10일 일정의 예산은 약 3,000만~3,500만 동(약 180만~210만 원)이다.

서울 경복궁 앞에서 노란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의 모습은 한국 가을의 상징이 되었다.

전문가들은 두 나라의 성공이 단순히 ‘운이 좋은 자연환경’ 때문이 아니라, 자연의 아름다움을 문화·조직·홍보 전략과 결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RMIT 베트남의 관광·호텔경영학과 케이트 박 교수는 “두 나라는 가을을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 경험으로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통합적 접근은 가을을 국가적 이야기로 발전시켜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상징하게 만든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일본에서는 헤이안 시대(8세기)부터 ‘모미지가리(紅葉狩り, 단풍놀이)’가 시작돼, 하이쿠 시나 우키요에(浮世絵) 그림을 통해 덧없고 섬세한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Mùa lá đổi màu ở khu vực công viên Namsan, Seoul, Hàn Quốc

반면 한국의 ‘단풍(丹楓)’ 문화는 등산과 시문학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자연의 생명력과 변화를 상징한다. 이러한 차이는 서로 다른 ‘가을 상품’을 만들어냈다.

한국관광공사(KTO)는 매년 기상청과 협력해 전국 단풍 예보 지도를 발표하고, 설악산·지리산 단풍 등산 코스를 홍보한다. 아울러 창덕궁 야간 개방, 대규모 음식 축제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연계한다.

일본관광청(JNTO)도 9월부터 전국 약 700곳의 단풍 명소 예보를 발표하며 ‘모미지 캠페인’을 본격화한다. 교토의 아라시야마 모미지 축제의 야간 조명 행사나, 후지 가와구치코의 ‘모미지 회랑’(Momiji Corridor)처럼 온천과 트레킹을 결합한 지역 축제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케이트 박 교수는 “양국 모두 공공기관과 언론, 지역 문화 네트워크를 긴밀히 연결해 감성적인 가을 이미지를 구축하고, 매년 재방문을 유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디지털 홍보의 역할도 막강하다. 일본에서는 #MomijiJapan 해시태그가 2024년 인스타그램에서 수백만 건의 게시물을 기록했다. JNTO는 사진 공모전을 열어 이용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생산·공유하도록 유도한다.

한국은 #DanpungKorea 해시태그로 틱톡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베트남 등 주요 시장의 인플루언서(KOL)와 협력해 글로벌 홍보 효과를 극대화했다.

서울 남산공원의 단풍길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포토존 중 하나다.

RMIT 베트남의 관광·호텔경영학과 매트 김 교수는 “베트남도 일본과 한국처럼 계절을 브랜드화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부 산악지대의 황금빛 벼, 하장(하자앙)의 메밀꽃, 목쩌우의 매화, 메콩 델타의 범람기(물의 계절) 등 베트남에는 사계절마다 고유한 풍경이 있다. 그러나 아직 이를 문화적 경험으로 포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관광은 여전히 계절성을 단순한 촬영 배경으로만 인식하며, 체험형 문화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그는 또한 “베트남은 사진 촬영 이외에 참여형 축제나 체험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며 “접근성, 교통, 숙박 등 서비스 품질의 불균형도 관광 활성화의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각 지역의 자연 현상을 국가적 스토리로 엮어내는 통합 홍보 전략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메콩 지역의 ‘물의 계절’은 때로는 재해 위험과 연결되어 대규모 관광 상품화가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매트 김 교수는 “계절 관광 브랜드를 구축하려면 정부·기업·언론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지자체는 지역의 대표 시즌을 선정해 집중 육성하고, 교통 인프라 및 안전 관리, 지역 주민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관광 기업은 풍경을 ‘상품’으로 전환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계절별 수확 체험, 지역 음식 축제, 전통공예 체험, 소규모 문화행사 등을 통해 관광객이 단순한 ‘관람자’가 아니라 ‘참여자’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언론과 콘텐츠 산업은 영화, 드라마, SNS 캠페인 등을 통해 계절의 이야기를 전파하고, 국민들이 특정 시즌을 인식하고 여행 계획을 세우도록 유도해야 한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핵심 질문은 ‘무엇을 팔 수 있을까’가 아니라, ‘여행자가 그 계절, 그 땅, 그 사람들과 어떻게 진심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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