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에 걸친 한국 대학수학능력시험… 시각장애受驗生의 ‘지쳐가는 하루’
14/11/2025 09:46
해마다 11월이면 한국은 사실상 ‘멈춰 선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CSAT)을 치르는 수험생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상점은 문을 닫고, 항공기 이착륙 시간은 조정되며, 출근길 교통도 완화된다.

오후가 되면 대부분의 수험생이 긴장감에서 벗어난 표정으로 시험장을 나서 가족과 지인을 만난다. 그러나 해가 완전히 저문 뒤에도 시험장을 빠져나오지 못한 이들이 있다. 바로 시각장애 학생들이다. 이들은 무려 12시간을 넘기는 ‘마라톤 시험’을 치러야 한다.
시각장애 수험생에게 주어지는 수능 시간은 일반 수험생의 약 1.7배에 달한다. 일반 수험생이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5시 40분까지 시험을 마치는 반면, 중도·중증 시각장애 수험생의 경우 선택영역까지 응시하면 밤 10시 가까이 돼서야 모든 시험이 끝난다.
시각장애 수험생에게 제공되는 점자 시험지는 일반 시험지보다 6~9배 두껍고, 문제를 손끝으로 확인해야 하기에 집중력 소모도 훨씬 크다. 휴식 시간 역시 점심 외에는 별도로 주어지지 않는다.
서울한빛맹학교 3학년 한동현(18) 군은 올해 ‘가장 긴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 중 한 명이다.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마지막 모의고사용 점자 문제집을 손끝으로 훑으며 “시험이 너무 길어 정말 지친다. 요령 같은 건 없고, 그냥 체력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부담을 느끼는 과목은 국어다. 일반 시험지가 16쪽 정도인 데 비해 점자 시험지는 100쪽에 이른다. 수학 시험에서는 각종 그래프와 도표를 손끝으로 읽어야 한다. 그럼에도 한 군은 “2016년부터 점자 작업이 가능한 전용 계산기(한소네)를 사용할 수 있어 이전보다는 훨씬 나아졌다”고 말했다.
동현 군과 함께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오정원(18) 양도 가장 힘든 시간대로 “오후 4시에서 5시 사이”를 꼽았다. 그는 “반나절 넘게 시험을 보면 배도 고프고 지친다. 영어와 한국사 사이 시간이 특히 어렵다”며 “점자를 읽으면서 동시에 안내 음성을 들어야 해서 더 쉽게 피로해진다”고 토로했다.
시각장애 수험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시험 시간만이 아니다. 교과서와 EBS 연계교재 등 주요 학습 자료 접근성도 낮다. 이미지 중심의 온라인 강의는 사실상 활용이 어렵고, 점자 교재는 수량이 부족하다. 음성자료 제작에는 원본 텍스트 파일이 필요한데, 이마저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교재를 일일이 다시 입력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수능 대비의 핵심 교재인 EBS 교재 점자판 발행이 매년 늦어지는 것은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일반 학생들은 1~3월에 교재를 받지만, 시각장애 학생들은 시험을 불과 두세 달 앞둔 8~9월에서야 점자 교재를 받는 경우가 많다.
한 군은 “점자 교재가 시험 9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도착한다. 조금이라도 빨리 받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수능은 단순한 입시 시험이 아니다. 장기간 이어온 훈련과 인내의 결과이자, 스스로 한계를 넘어선 과정을 확인하는 자리다. 지도교사 강석주 씨는 “학생들이 손끝이 아플 정도로 점자를 읽으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며 “수능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건 아니지만, 시험장을 나올 때만큼은 ‘최선을 다했다’는 마음이 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