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출신 ‘문화 대사’, 한국 사회를 잇는 다문화 가교

인물

22/12/2025 09:58

17년 전, 베트남 여성 응우옌 티 바이(Nguyễn Thị Bảy)는 ‘돈을 위해 한국에 시집왔다’는 편견의 시선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오늘날 그는 수천 명의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을 돕는 법률·문화적 가교로 자리 잡았다.

지난 11월 말, 경기도 화성시에서 열린 ‘화성–수원–오산 베트남 기업인 협회’ 출범식에서 응우옌 씨는 약 4시간 동안 마이크를 잡고 통역을 맡았다. 행사가 끝난 직후, 그는 곧바로 차량을 몰아 귀가해 소고기국과 김치 담그는 법을 소개하는 요리 영상, 그리고 결혼비자 면접을 앞둔 예비 신부들을 위한 안내 영상을 제작했다.

그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의 막막함을 후배 결혼이주여성들이 더 이상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Chị Nguyễn Thị Bảy (bìa trái) phiên dịch trong một sự kiện ở tỉnh Gyeonggi-do, Hàn Quốc. Ảnh: Nhân vật cung cấp

응우옌 티 바이는 2008년 대학 졸업 직후, 14살 연상의 한국인 남성과 중개 결혼을 통해 한국에 왔다. 출국 전 이미 한국어능력시험(TOPIK) 4급을 취득했지만, 경기도 용인에서의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입국 초기 6개월 동안 수차례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사무직은 고급 한국어 능력을 요구했고 서비스직은 내국인 우대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가장 큰 부담은 경제적 문제가 아닌 ‘편견’이었다. 그는 “사람 열 명 중 서너 명은 ‘남편이 돈을 많이 주느냐’, ‘베트남에 얼마를 보내느냐’고 물었다”고 회상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눈 감고 결혼했다’는 고정관념은 그를 여러 차례 좌절하게 만들었다.

전환점은 입국 9개월 후였다. 그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취업해 상담과 통역 업무를 맡게 되었고, 이를 통해 한–베트남 다문화 가정이 겪는 갈등을 깊이 이해하게 됐다. 일과 병행해 심리학을 공부하고 언어 역량을 키우며 더 큰 도약을 준비했다.

2013년, 그는 삼성전자 통역 부서에서 유일한 베트남인 직원으로 채용돼 기술진과 함께 베트남 현지 교육을 지원했다. 그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중요한 업무를 맡기며 신뢰해 주었다”고 말했다.

출산 후에는 서울의 한 법원에서 통·번역 업무를 맡았다. 매일 왕복 3시간을 운전해 출퇴근하는 동안, 남편은 가사와 육아를 분담했다. 이는 전통적으로 남성은 일하고 여성은 가정을 책임지는 한국 사회의 통념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5년 전부터 그는 여전히 문화 충격을 겪는 신부들이 많다는 점에 주목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시어머니에게 배운 요리법과 한국 생활 노하우를 공유하며, 최근 2년간은 베트남의 혼인·가족법을 한국 법조계에 알리기 위해 ‘판사용 지침서’를 번역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이는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한국 법원의 인식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Gia đình chị Nguyễn Thị Bảy ở TP Yongin, tỉnh Gyeonggi-do, Hàn Quốc,

응우옌 씨의 사례는 예외가 아니다. 2000년 이후 한국 남성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은 11만 명을 넘어섰다.

박낙종 전 주베트남 한국문화원장은 “1990년대 후반 외국인 신부가 급증하던 시기에는 중개 결혼이 주류였고, 언어와 경제적 의존으로 인해 여성들이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많은 베트남 여성들이 사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며 자립적인 문화 가교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 출신 신부는 전체 외국인 신부의 33.5%를 차지해 중국의 두 배, 태국의 세 배에 달한다. 한–베트남 다문화 가정은 지난해 다문화 가정 출생아 수가 10.4% 증가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하며, 현대 한국 사회의 인구 구조에서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통합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초기 정착 과정에서 언어 장벽과 식문화, 자녀 교육관의 차이는 고부 갈등의 주요 원인이었고, 본국 송금에 대한 부담이나 ‘동화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2024년 발표된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결혼이주민이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3%로 3년 전보다 크게 감소했다. 다문화 수용성 지수 역시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 전 원장은 “베트남 여성들은 가족을 중시하는 가치관과 높은 적응력, 자신감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인천에서 활동 중인 베트남 여성 지원단체 대표 황 티 하(Hoàng Thị Hà)의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10년 전 한국에 와 결혼한 그는 언어 문제로 시어머니와 큰 갈등을 겪었다. 그는 “시집살이를 하는 베트남 신부 10명 중 9명은 문화 차이로 갈등을 겪는다”고 말했다.

정착 3년 차부터 생활이 안정되자 그는 약 100명의 베트남 여성을 잇는 공동체를 만들어 행정 서류 번역, 병원 동행 등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4년간은 다문화센터와 협력해 신부들을 위한 무료 한국어 수업과 자녀 대상 베트남어 교육도 추진 중이다.

그는 “언어와 이해가 편견을 없애고 두 문화를 잇는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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