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의 전설적 여정: e스포츠를 한국 스포츠사의 중심으로 이끈 가교

예술 활동

06/01/2026 10:17

이상혁(Lee “Faker” Sang-hyeok)에게 수여된 청룡장은 e스포츠가 한국의 주류 스포츠·문화사로 편입되었음을 상징하는 역사적 순간으로 기록됐다.

청룡장은 대한민국 체육훈장 체계에서 가장 높은 권위를 지닌 훈장이다. 이 훈장이 e스포츠 선수에게 처음으로 수여됐다는 사실은, 게임과 e스포츠를 둘러싼 사회적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표다.


계속 쓰여지고 있는 유산

2026년 초, 대한민국 정부는 e스포츠 선수 이상혁에게 청룡장을 수여했다. ‘페이커(Faker)’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알려진 그는 이번 수훈을 통해 김연아, 손흥민, 박세리 등 한국 스포츠사를 대표하는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수훈의 시점이다. 통상 체육훈장은 선수 경력의 ‘마침표’로서 수여되는 경우가 많지만, 페이커는 여전히 현역 선수로 활동 중이다. 이는 국가가 ‘완결된 과거’가 아닌, ‘진행 중인 현재의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선수를 정의하는 것은 단순한 우승 횟수가 아니라, 그가 만들어낸 문화적 영향력”이라며 “페이커는 게임 선수를 넘어 국가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사회적 인식의 전환점

이번 청룡장 수여는 개인에 대한 영예를 넘어선다. 이는 게임과 e스포츠를 바라보는 사회 전체의 시선이 구조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때 ‘청소년 문화’ 혹은 ‘설명이 필요한 미래 산업’으로 여겨졌던 게임은 이제 별도의 해명 없이도 이해되는 보편적 언어가 됐다. 국가가 페이커의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사실은, 정책 결정권을 가진 중·장년 세대 역시 e스포츠를 한국의 문화 정체성 일부로 받아들였음을 의미한다.

‘게임으로도 국가에 영광을 안길 수 있다’는 명제는 더 이상 가설이 아니라, 이미 증명된 전례가 됐다.


탁월한 개인을 넘어선 존재

페이커의 커리어는 단순히 성공한 선수의 범주를 훌쩍 넘어선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그는, 개인의 성취를 넘어 종목 전체의 위상을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된다.

201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세계대회에서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17세 소년은, 어느새 한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성장했다.

e스포츠 업계 관계자들은 “페이커는 대회를 우승한 선수가 아니라, 새로운 e스포츠 문화를 정의한 인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급변하는 메타와 짧은 선수 수명이 특징인 e스포츠 환경 속에서도, 그의 꾸준함과 안정성은 이례적이다. 이는 개인의 역량을 넘어 산업 전반에 신뢰를 제공하는 핵심 축으로 작용해 왔다.


영광 뒤에 남은 과제

그러나 이번 훈장은 동시에 숙제를 남긴다. e스포츠 선수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흡하며, 은퇴 이후의 삶은 상당 부분 개인의 책임으로 남아 있다. 최상위 스타에게만 존중이 집중되는 구조 또한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

청룡장은 결승선이 아니라 출발선에 가깝다. 이 상징적 인정이 일회성 찬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제도와 시스템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제2의 페이커’가 아닌, 페이커가 아니어도 존중받을 수 있는 e스포츠 생태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한국 e스포츠는 이제 또 하나의 중요한 질문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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