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 경쟁에서 ‘한강의 기적’ 재현 꿈꾼다…미·중과 어깨 나란히 도전
30/09/2025 09:29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이 ‘세 번째 주자’로 부상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는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목격해 왔다. 미국의 오픈AI가 개발한 챗GPT에서부터 중국의 초대형 언어 모델까지, AI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국가 간 새로운 경쟁의 장을 열어가고 있다. 한국 역시 국가 전략, 기업 투자, 대학 연구를 아우르는 전방위적 노력을 통해 AI 강국 도약을 노리고 있다.
정부, 국가 전략에서 대통령 사과까지
한국 정부는 일찍부터 AI의 잠재력을 주목했다. 2019년 ‘국가 AI 전략’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세계 3대 AI 강국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투입, 데이터 인프라 확충과 의료·교통·금융 분야 응용 확대를 추진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4년 예산으로 약 8억2천6백만 달러를 책정,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려 차세대 AI 연구에 집중한다. 이는 챗GPT 등장 이후 가속화된 글로벌 기술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는 또 2030년까지 AI와 관련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 약 4천5백50억 달러, 전체 경제 규모의 10%가량 기여하도록 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난 9월 27일 대전의 대형 데이터센터 화재로 온라인 서비스와 AI 인프라가 수 시간 마비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즉각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대통령의 이례적인 사과는 데이터와 AI가 전기·에너지에 버금가는 국가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기업, AI는 ‘선택 아닌 필수’
AI 경쟁의 최전선에는 기업들이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강자로서, 향후 10년 내 약 200억 달러를 투입해 AI 반도체 개발에 나선다. 또한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를 통해 2천 명 이상의 AI 전문가를 확보, 엔비디아·TSMC와의 정면 경쟁을 선언했다.
LG는 초대형 언어모델 ‘엑사원(Exaone)’을 기반으로 의료·금융·화학 분야에 1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며 AI 사업을 확장 중이다. 네이버는 한국어에 최적화된 대규모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를 개발, 글로벌 AI 모델과 차별화된 전략을 택했다. 카카오는 메신저 ‘카카오톡’을 넘어 광고·엔터테인먼트 등 전 영역에 AI를 도입하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도 활발하다. 2023년 한 해에만 국내 AI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 투자액은 13억 달러로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업계 전반에 흐르는 공통된 인식은 분명하다. “AI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대학, 인재 양성의 최전선
AI 인재 확보는 한국의 또 다른 핵심 과제다. 2030년까지 최소 3만 명의 고급 AI 전문가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KAIST는 2019년부터 AI학과를 설립, 현대차·LG 등과 협력해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대는 다학제적 AI 연구센터를 설립해 매년 1천 명 이상의 전문 인력을 배출한다. 포항공대(POSTECH)는 신소재·반도체와 연계한 AI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2023년 약 1억5천만 달러를 투입해 장학금, 국제 협력, 해외 전문가 초빙 등 AI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일부 대학은 AI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로 발전, 학생과 교수들이 공동으로 신기술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기회와 도전
이처럼 한국은 정부·기업·대학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AI 종합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무대에서는 여전히 큰 도전에 직면한다. 미국은 오픈AI, 구글 딥마인드, 앤스로픽 등 막강한 기업과 수백억 달러 규모의 투자로 앞서가고 있고, 중국도 2030년까지 AI 세계 1위를 목표로 1천5백억 달러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시장 규모와 재정적 여력은 제한적이다. 세계적 수준의 인재 확보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다만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산업,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 혁신을 빠르게 수용하는 사회적 환경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 아시아 내 AI 허브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궁극적으로 한국이 구글이나 오픈AI를 단기간에 추월하기는 어렵지만, 정부·기업·대학의 결집된 노력을 통해 ‘AI 한강의 기적’을 현실로 만들 잠재력은 충분하다. 무엇보다 이번 도전은 AI 경쟁이 미·중 양강의 전유물이 아닌, 야심과 전략을 가진 어떤 국가도 참여할 수 있는 세계적 흐름임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