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기업 ‘재벌’에서 본 빈그룹의 부채 이야기
15/09/2025 09:30
(VNF) – 한국의 재벌들은 산업화 과정에서 매우 높은 금융 레버리지를 활용했으며, 이는 현재 산업 부문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베트남 빈그룹(Vingroup)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지난 8월, 빈패스트(VinFast)는 완성된 연구·개발(R&D) 프로젝트의 일부 자산을 신규 법인인 ‘노바텍 연구개발 주식회사(Novatech)’로 이관한다고 발표했다. 주목할 점은 이 회사의 자본금이 약 10조6천억 동(한화 약 5조8천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비엣캡(Vietcap) 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빈패스트는 노바텍 지분 전부를 팜 냣 브엉(Phạm Nhật Vượng) 빈그룹 회장 개인에게 양도하고 약 3조9천8백억 동(한화 약 2조1천억 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앞서 브엉 회장은 2025년 2분기 말까지 빈패스트에 총 2조8천억 동을 지원한 바 있다.
이는 빈패스트가 자본을 조달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빈그룹이 산업 부문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는 강력한 시그널로 해석된다. 포브스(Forbes)는 브엉 회장의 총자산을 약 138억 달러(35조 동 이상)로 추산하고 있다. 회장이 개인 자산을 활용해 빈패스트를 지원한다는 점은 자동차 산업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빈그룹 부채 수준은 적정한가
산업 부문, 특히 자동차 산업 진출은 빈그룹의 부채 규모를 이전보다 확대시킬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현재 부채 수준이 적절한가 하는 점이다.
빈그룹의 연결 재무제표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말 기준 총부채는 약 80만억 동이며, 이 중 이자 부담이 있는 부채(차입금·금융리스·전환사채 포함)는 약 28만3천억 동이다. 자기자본 대비 순이자부채비율은 1.78배로 나타났다.
한국 재벌 모델과 비교
빈그룹이 자동차 제조에 진출하자 투자자들은 한국 재벌의 성장 모델을 떠올렸다. 한국 정부는 산업화와 수출을 성장 동력으로 삼았고, 삼성·현대·LG·대우 등 대기업을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해 금융·토지·시장 보호 혜택을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재벌들은 철강·조선·전자·자동차 등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신산업으로 빠르게 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재벌들은 장기간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현대차는 1970년대 중반 포니(Pony) 모델로 자동차 생산을 시작했으나, 국제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기까지 1990년대까지 막대한 투자와 시간이 필요했다.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사업 초기 수년간 수조 원대의 투자를 이어갔으나 당장 수익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과 기업의 산업화 의지는 결국 글로벌 대기업으로의 도약을 가능케 했다.
한국 기업 부채비율의 역사적 맥락
David T. Coe와 Se-Jik Kim의 연구 ‘Korean Crisis and Recovery’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1960년대 초 1배에서 1970년대 초 3배로 급등했고, 이후 1998년까지 대체로 3~4배, 때로는 5배에 달했다.
연구는 기업을 △Big 5(5대 재벌) △Big 30(30대 재벌) △Non-chaebol(비재벌 기업)로 구분해 분석했다. 1985~1998년 전체 산업 기준 Big 30의 부채비율은 3~5배, 1997년에는 5배를 초과했으며, Big 5는 2~4배 수준이었다. 제조업만 따로 보면 Big 30의 부채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Big 5는 다소 낮았고, 비재벌 기업은 2~3배 수준이었다.
다만 연구에서 산출한 부채비율이 총부채 기준인지, 이자부채 기준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다른 연구(Joon-Ho Hahm·Frederic S. Mishkin, “Causes of the Korean Financial Crisis: Lessons for Policy”)에 따르면 1990~1998년 기업 부채의 약 70~75%가 이자부채였으며, 이를 감안하면 한국 재벌의 이자부채비율은 2~4배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현재 빈그룹의 1.78배보다 높은 수준이다.
향후 전망
산업화는 막대한 자본을 필요로 하며, 차입금은 필수적 자원이다. 성공 여부는 장기적으로 판단될 문제이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비엣캡은 빈그룹의 자회사들이 빈패스트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생적으로 영업과 부채 상환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산업 부문(주로 빈패스트)의 EBITDA는 중기적으로 적자를 지속할 전망이지만, 그룹 및 브엉 회장의 지원으로 현금 흐름은 유지될 것으로 보았다. 또한 빈그룹은 국내외 은행 차입, 회사채 발행, 합작 대출, 자산 재구성, 빈펄(Vinpearl) 상장 등을 통해 추가 자금 조달 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